개똥철학 by Piano

실은 철학 따위 잘 모른다. 실은 예술 따위도 잘 모르고, 전공이지만 내가 화학을 잘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궁금해하는 것은 늘 많았지만 제대로 공부한 것은 하나도 없고, 늘 주워섬기는 것은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자신있다. 어떤 주제가 주어졌을 때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그럴까, 그렇다면 그 다음은 뭘까, 하는 등의 질문을 던져 가며 생각해봤다. 적어도 전공인 화학에 대해서는, .. 실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OTL), 어찌 보면 내게 주어졌던 '질문'이 많았던 거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교과서나 칠판 속의 '문제'이기도 했고, 개념적으로 주어진 질문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고 곰곰이 생각해온 시간들, 이런 저런 답을 찾아보려 애썼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분야가 약간 다르기는 하되 그걸 바탕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것일 테다.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런 질문거리는 충분히 많고 많다. 아 저 파란지붕집 아저씨는 왜 저따윌까 -_- 와 같은, 다소 복잡하고 해답이 없는 듯한 질문..;도 있을테고. 지하철 안에 앉아서 앞에 앉은 저 사람은, 저기 서 있는 저 아저씨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따위의 잡상에서 시작해 사회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 거고 각자의 삶이 굴러가면 그 순간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개인의 순간과 전체의 순간은 뭐가 어떻게 굴러가고 그래서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뭐 이따위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질문도 해 볼 수 있고. 혼자서 애정문제로 배신당한것마냥 괴로워하다, 아 씨바 그 자식한테 난 대체 뭐였던가 고민하다가 아니 그럼 그 녀석은 나한테 뭐였지? 하고 생각해보다가, 나한테 이런데 저 사람한테는 저렇다면 그 관계는 뭐고 그 사이의 진실은 뭔가, 그 상대성 속에 객관적인 진실이 있기는 한가, (역시 안드로메다)  이런 생각을 하게도 되고. 그렇게 늘 딴생각을 하다가 어느날 책을 보니.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뭐야, 안드로메다잖아, 라며 내가 생각을 멈춘 지점에서 그 사람들은 더 생각을 하고 있더라. 그러더니 그 질문 뒤에 꼬리를 잇는 수많은 질문들. 제대로 읽은 바 없지만 나한테는 그게 철학이고 학문이었다. 그 질문의 깊이, 고민의 깊이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그 분야에 '진입'하는 것은 은근히 그렇게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그렇게 시작해서 모두가 전문가의 위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테다. 그렇지만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서 그 분야에 질문을 할 자유, 생각해 보고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없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그 부분에서 어떤 학문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므로 논할 자유가 없다'는 자세에 대해 반대한다. 황우석사태때 수세에 몰려 있던 PD수첩 편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도 그것이었다. 황우석씨 쪽에서 비전문가라며 몰아붙였던 PD수첩팀에서 내민 DNA 결과에 대해, 황우석씨 측에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던 것. 실험 노트 보여주면 끝날 일인데 왜 저러지? 하고. 전문가라면, 전문가의 격에 맞는 근거를 가지고 대응을 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철학이라면, 옛날부터 깊고 넓게 뻗어 온 철학의 나무에서 전체적인 뷰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이 부분에서 등장하는 질문을 하고 있고 그 이후에 이런 답안이 제시되었고 어떻게 수정되어 지금 이런 형태에 이르렀다 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 아닌가.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끔 니따위는 이런 거 알 필요 없다 ㅡ.ㅡ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어서.. 그렇게 벽을 세우고 선을 긋는 사람들이 불편하다. 

물론 말도 안되는 얘기 가지고 꼬투리 잡는 사람들도 꼭 있긴 하더라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이지는 않은 듯 하다는 것도 깨달았고, 어쨌든 모든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도 다르고, '소통'이라는 것이 100%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꼬투리 잡히지 않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ㅡ.ㅡ;; 안들으면 듣게 만들기라도...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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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러저러한 경로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듣고, 발레 동영상을 보게 되는 사태-_-까지 이르렀는데.. 예술, 문화, 미학은 '주관적'이어서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곰곰이 하고 있다. 무언가 오! 하는 느낌인데, 멋지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좋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 정확한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감한다 라고 하면 좀 그것도 이상하고. 그러니까 이런 느낌이다. NIN의 Closer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I want to f*ck you like an animal 이란 가사에 공감해서(!) 그 노래를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 더 난해해지는 건가..;;;)

(봤던 동영상의 일부..)

보통 예술이나 문화 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위안을 얻고 공감을 얻고 기쁨을 얻는 것이지만 현재의 범위는 그 범주를 벗어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응시하고, 불편하게 하고, 불쾌하게 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있고 발견하게 되는 그런 부분.. 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분명히 예쁜 그림과 예쁜 노래들이 좋은데, 조화가 있고 균형잡힌 것들이 좋은데, 알고보면 이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고, 그 부분을 냉정하게 직시하는(아니 직시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 형태가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약간 비틀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해가는 부분일 수도 있고, .. 그 형태가 어찌되었건 간에 그 의미를 읽어내고 시야를 넓혀가는 작업은, 유쾌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오!' 하는 느낌이다. 


덧글

  • 사이동생 2009/08/05 18:23 # 답글

    closer를????? @_@ (NIN 빠돌이 사이동생 급 흥분중) 시야를 넓혀가야한다는 말 동감합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말이죠. ^^ 잘 읽고갑니다. 비슷한 느낌 느껴본것도 같네요. (이놈의 기억력이란..)
  • Piano 2009/08/05 23:08 #

    closer, 되게 신기한 노래에요. ㅋㅋ
    비슷한 느낌? 혹시 그 때 예술 얘기에 한참 불붙었을 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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