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 마음, by Piano

연타석으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어제부터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버린지 오래.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니 2002년에는 좋아했지만, 당선 이후엔 이래저래 맞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이래 저래 '애증'을 가지게 된, 완전히 미워할 수는 없었지만 한편으론 무척이나 얄밉기도 했던 그런 분이었다. 문제는 예컨대 그런 것이었다. 난 저 분이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지지하였으나 알고보니 방향이 달랐다는 거. 그렇지만 그 분은, 곧이곧대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여 밀고 나가는 분이었고, 그 방향이 아닌데 싶었던 나는 내가 보기엔 잘못된 방향으로 줄기차게 달리는 그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정도. 많이 욕하고 많이 흉도 봤으며 퇴임 후에는 한편으론 살짝 미안하달까 한 부분도 있었던 분이었다. 

비리 수사를 보며, 이거 칼끝은 봉하마을 그 분이겠구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사실이었다. 혐의 사실을 기정사실화해가며 몰아가던 검찰들에게 떳떳하게 아니라고 말하다가, 결국 백만달러 받았다는 걸 알게 된 그 분의 '우리 집에서 받았다'는 말. 그 때 그 뉴스를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 정치인은 어쩔 수 없구나 혹은 저 사람도 똑같이 더럽구나, 그런 것이 아니라 '권력이란 것의 속성은 참 무서운 것이구나' 였다. 한참 미워할 땐 미워해왔으되, 적어도 언제나 진정성으로 승부해 온 사람이었고, 적어도 그 분이, 자신의 생각에 비추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하지 않았으리란 믿음 같은 것 때문이었다. (물론 그 '자신의 생각'이 나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이었기 때문에 미워하기도 했던 것이지만). 그 '우리 집'이란 말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권력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권력이란. 그 단내를 찾아 꾀어드는 벌레들을 어떻게 피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본인은 자신있었던 듯 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그 '벌레들'의 유혹이 만만치는 않았을 터다. 그 분이 잘못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권력의 핵심에서 깨끗하게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산 예인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거다. 

이래 저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분의 심리적 고뇌가 얼마만큼이었을지 나는 상상하지도 못할 터다. 혼자서 버티기에도 그닥 만만치 않았을 압박의 칼 끝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고 믿어주고, 아끼고 믿었던 사람들을 찌르고 상처주는 것을, 그렇게 주변의 사람들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 상처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텐데. 그러니까. 그래서 안쓰럽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살아있는 이 땅에서, 전과 14범이 대통령인 이 나라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분이었던 한 분은 그렇게 가셨다. 똥 묻은 개들이 수두룩한 곳에서 지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겨 묻은 개만 때려잡고자 한 현재의 권력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조건 그 분은 죄가 없고 검찰과 현재의 권력이 살인을 저질렀다 는 식으로 몰아가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고뇌했을 그 인간적인 면을 다시 한 번 본다. 그게, 당신의 매력이었고, 지금 당신에게 갖는 안쓰러움이다. 그렇게 파란만장하기도 쉽지 않을 삶을 살아오셨고, 그렇게 허망하게 황망하게 떠난 그 분. 나와는 방향이 좀 다르더라도, 퇴임 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떤 걸 보여줄까 기대해왔는데.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 뿐이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인간적으로 공감가는' 정치인, .. 이제는 좀 평안하셨으면. 마음의 고뇌와 짐 내려놓고, 가볍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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