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유혹 (이칸다) - 오늘도 다녀왔다, 백건우 김태형 김준희 김선욱! by Piano

클덕후라고 구박들어도 좋아요 어쩔수 없었다능 회사가 예술의 전당에서 너무 가까운게 문제라능 한 번 마음이 흔들리면 되돌릴 수 없다능 같은 공연 두 번 봐도 볼 때마다 다른 건, 그렇게 여러 번 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거라능 (급 자기합리화) (근데 왜 난 클래식 공연 후기도 말투가 이 모양이냐능) (그렇지만 역시 클덕후라고 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능.. ㅡ.ㅡ;) 아무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양재에서 마을버스를 탔고, 공연 시작 한시간 반도 전부터 아니 티켓 사기도 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둑흔. 서둘러 가서 티켓 현매. 근데 R석하고 S석만 가능하다는 얘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먹었던 합창석으로 예매. 운좋게 어제 봤던 곳과 거의 정확히 반대 지점에, 합창석 첫번째 줄에 S석 자리. 피아노 뚜껑은 다 떼었으니 음향은 좀 덜 걱정해도 되겠지, 건반 잘보이겠다 >_< 표 끊어두고 완전 신났더랬다. 그리고 마음먹었던 클림트 전시회까지! (... 이로써 오늘의 지출은.. OTL) - 클림트 후기는 좀 짧게 나중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불빛이 반사되는 까만 바닥을 통통 튀는 빗방울을 지나 공연장까지. 처음으로 들어가본 합창석, 자리에 앉아 두근두근. 이미 모든 프로그램은 머릿속에. 오늘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어제 첫 공연 하셨으니 오늘은 좀 더 멋지지 않을까, 사람이 어제보다 적은 것 같은데 괜찮을까, 자리가 좋아 세 명의 건반을 동시에 볼 수 있겠구나 싶어 꺄아거리는 마음까지. 정말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적어두려고 수첩까지 꺼내들었다. 정말, 자리 최고였다. 감동 열배. 

오늘은, 어제는 왠지 시큰둥했던 탄호이저 서곡과 라흐마니노프가 유난히 와 닿더라. 가까이서 보니, 게다가 피아노 세 대의 연주가 보이는 위치가 되어놓고 보니 2층에선 잘 보이지 않았던 움직임들이 보인다. 정말 주제를 주고받고, 통통통 움직이는 주제들이 생동감있게 튀어다니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탄호이저 서곡의 무언가 깊은 울림도, 미요의 파리 모음곡에서 두근두근 튀어오르는 익숙하지 않은 음들도. 정말 너무 좋았더랬다. 오늘 두번째라 그런지, 발끝까지 긴장하게 만들던 아슬아슬함은 많이 사라졌다. 체르니의 콘체르탄테는, 어제와 동일하게 수다스러운 론도로 시작해서 즐겁게 주고받고 잠시 침착해지기도 하고 웅장해지기도 했다가 후다닥 달려보기도 하는. 그런 느낌. '여성 제자'에게 주었던 곡이라는 설명이 쏙쏙 들어맞는다. 
세 분의 색깔이 정말 극명하게 드러나서, 어쩜 1악장과 2악장과 3악장의 색깔이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아니 백건우선생님은, 그렇게 색이 다른 세 명과 함께 전체를 어떻게 그렇게 엮어가실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던 심포닉 댄스도, 어제보다 잘 보여서 통통통 튀어다니는 주제 따라다니느라 눈이 바빴던 볼레로도 너무 즐거웠다. 오늘도 이어진 앵콜, 오늘도 정말 후다다닥 멋진 카르멘 판타지도, 오늘은 건반이 보여서 더 즐겁게 들었던, 네 분이 빽빽히 앉아 연주하시던 Galop-marche도. 아, 정말 마지막 앵콜곡, 정말 실제로 보지 않으면 그 흥분을 느낄 수가 없다. 그 네 분도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연주하는 사람들도, 들으며 휘파람에 환호성에 박수에 신난 관객들도. 정말 최고. 공연이 끝나고 여전히 비가 내리는 바깥, 혼자서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도 왠지 마음이 따뜻하다. 아, 이 공연, 정말 음반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매번 들으며 오늘이랑 어제랑 떠올리면서 행복해할 수 있을텐데. 



- 그 외에 메모해둔 것들. 


1. 어제 헷갈린다고 했던 김태형씨와 김준희씨, 나중에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 가까이서 얼굴 보니 맞더라. 김태형씨는 프로그램에 있는 사진보다 볼살이 살짝 통통하시고(!), 머리가 곱슬곱슬. (파마하셨나?) 김준희씨는 사진만 봐선 좀 더 동글동글 통통한 스타일일 것 같았는데, 이민호 머리스타일(!)에 살짝 마르셨다. 몸의 두께가 얇;;;다. 

2. 첫 곡의 배치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건우선생님 - 김태형씨 - 김준희씨 - 김선욱씨. 
두 번째 곡 배치는 김준희씨 - 김태형씨 - 김선욱씨 - 백건우선생님. (어제 미요 곡에서 악보 넘기다 실수 나왔었지. ㅋ)
체르니의 콘체르탄테 때는 김태형씨 - 백건우 선생님 - 김선욱씨 - 김준희씨. 
심포닉 댄스는 1악장 김선욱씨, 2악장 김준희씨, 3악장 김태형씨.
볼레로 때는 김선욱씨 - 백건우 선생님 - 김준희씨 - 김태형씨.

3. 어제보다 미요의 파리 모음곡이 깔끔하게 들렸는데, 어제 좀 아마도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발랄 경쾌한 느낌의 몽마르트와, 오르골 느낌의 멜로디와 돌림노래같은 주제의 반복이 깔끔하게 잘 어울렸던 두 번째 곡 상 루이, 김태형씨가 유난히 신나게 끄덕끄덕거리며 치시는 것처럼 느꼈던, 행진곡처럼 힘찬 느낌이 밝은 세번째 곡, 몽파르나스 거리. 네 번째 곡 증기 유람선은, 정말 하얀 증기가 공기를 부유하는, 뽀얀 느낌. 네 대가 주제를 주고 받으니 돌림노래 같은 느낌이 난다. 다섯번째 곡 롱샹 경마장, 살짝 무게가 좀 더 잡혀 있는, 그렇지만 다가닥다가닥. 여섯번째 곡 에펠탑은, 웅장하고 침착한 듯한 느낌. 1~4곡까지의 발랄경쾌한 느낌이 살짝 숨어든 느낌. 

4. 체르니 곡은 들으면서, 그리고 보면서 그 '테크닉'적인 부분을 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니까, 그 곡을 받은 제자들이 연주하면서 무척 즐거워했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피아노 치다 보면, 적어도 나는 좀 그런 게 있는데, 테크닉이 요구되는 부분을 치면서 무척 재밌어하는 거 말이다. 

5. 체르니 콘체르탄테 때 백건우선생님 연주하시는 악보를 좀 유심히 봤는데, (정면으로 보이는 악보였음) 중간에 정말 '음표가 너무 많아 악보가 구름낀 것마냥 보이는 부분' 이 있더라. 그걸 보고선 다른 분들 악보도 보니 그런 부분들이 있다. 그 때 동시에 구름낀 악보들에 따라서 손들이 두두두두두두 달린다. 와아아, 저거 연주하면 정말 재밌겠다! 싶은 마음. 그렇지만 알고보면 내가 치기엔 좀 (많이) 어려운... OTL

6. 정말 4인 4색이다. 백건우 선생님, 정말 '건반위의 구도자'란 말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그 색깔과, 김선욱씨의 강한 터치와 (굉장히 뭐랄까, 무거운 건 아닌데 진중하고 깊다.), 김준희씨의 약간 얇은 듯한 톤이지만 날카롭지는 않으면서 선명한 우아함과, 김태형씨의 동글동글 약간 도톰하고 선명한 우아함. 건반위에서 손을 움직이는 방식도, 피아노 의자에 앉는 방식도, 페달을 밟지 않을 때 왼쪽 다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신기하다. 

김준희씨는 왜 살짝 얇은 듯한 소리가 나나 했는데, 손바닥의 평균적 높이가 다른 분들보다 조금 높다는 걸 발견했고. 김선욱씨는 무슨 건반을 쓰다듬으면 소리 다 나는 ;;; 듯하게 손바닥이 좀 건반 가까이 낮아져 있다. 그렇지만 김선욱씨는, 전체적인 손 팔의 움직임이 크고, 김준희씨는 그 움직임은 좀 작은 편이다. 김선욱씨는 등치가 좀 있다는 느낌이어서 뭐랄까 듬직한 모습으로, 몸과 건반 사이의 거리가 살짝 멀고, 몸이 좀 뭐랄까 흐름을 타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김준희씨는 통통해뵈는 사진과 다르게;; 날씬하신데, 건반과 몸과의 거리가 살짝 가까워 보이고, 몸은 꼿꼿이 바른자세(;)를 유지하시는 듯한 모습. 두 분이 조금 대비가 되는 듯해서 재밌게 관찰. 
김태형씨는, 몸이 굉장히 재밌게 움직인다, 는 느낌이다. 어깨가 자유롭게 움직인다. 악보에 굉장히 집중하시는데 거북이목 자세여서 나중에 목 아프시지 않을까 살짝 걱정;;. (근데 반면에 김선욱씨는 악보를 거의 보지 않는 듯했다. 그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니, 그것도 참 신기.)

피아노 의자, 백건우선생님은 굉장히 깊숙히 앉으시는 것처럼 보이고, 김준희씨도 약간 깊이 앉는 듯한데 김선욱씨와 김태형씨는 살짝 걸터앉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재밌었던 건, 김선욱씨의 의자 높이 ; 인데. 김선욱씨는 앉으면 일단 의자를 높이;시고, 백건우선생님은 의자를 좀 낮추시더라;;. 곡 시작하기 전에 의자 높이 맞추는 것 구경한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음.

7. 오늘 좀 유심히 본 건 김준희씨의 심포닉 댄스 2악장때 연주였는데. 왈츠 느낌이 드는 3박자로 시작해서 이어지는 연주. 살짝살짝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취향 문제 아닐까. 살짝 페달을 길게 밟은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꼿꼿이 몸을 세우고 연주하는 걸 보면서 모범연주자세;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서도, 점점 보니 뭐랄까, 있어야 할 곳은 굉장히 확실하게 나가지만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소리가 얇다는 느낌이 있는데 '깊어야 할 곳에서는 충분히 깊게 울려퍼진다'. 얇으면서도 굳건한 느낌. 이 분 좀 재밌네, 6월에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 하신단 기사 본 기억이 있는데, 독주에선 어떤 곡을 어떻게 보여줄까 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8. 오늘 진짜 좋았던거. 백건우 선생님이, 한 곡 끝나고 자리를 바꿀 때마다, 혹은 인사 하고 나갈 때마다, 같이 연주한 사람들의 등을 두드려 주시고 웃으시던 모습. 커튼콜 때에도, 깊이 머리숙여 인사하신 다음 한 명 한 명 후배들 다 챙겨서 제일 마지막에 나가시더라. 아아, 저런 선배가 있어야해! ㅠ0ㅠ 백건우선생님 정말 멋있으시다. 이번 공연 기획도 그렇고.

9. 김태형씨는 6월에 황제, 김준희씨는 독주회. 김선욱씨는 다른 연주 안 하려나? 백건우 선생님은 계획 없으신가.. -_-a. 아아, 이번 연주회 앨범은 진짜 안 나오나? ㅠ0ㅠ 아아, 지름신 내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려온다 OTL. 



덧글

  • 라이카 2009/05/12 13:46 # 답글

    안녕하세요~ 태그 타고 흘러왔습니다. 전 어제 공연만 다녀왔는데 일요일에 안 간 걸 무지 후회했어요ㅠ.ㅠ 정말 4인 4색 여덟 개의 손이 만들어낸 황홀함에 기립할 수밖에 없었지요. 리뷰 잘 봤습니다^^!
  • Piano 2009/05/12 22:23 #

    재밌게 보셨다니 기뻐요 :) 정말 멋진 공연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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