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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 그저께정도부터 '구매'하는 행위에 대해 구역질이 나기 직전이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었던 모양이다. 금요일에 사당역 옷집에서 옷을 좀 많이 샀고, 어젠 사람들과 식당과 술집에 갔고, (중간에 서울대입구에서 옷 구경을 하고 초코를 마시러 갔지), 오늘은 바디샵에서 마스카라와 투썸에서 할머니 생신 케익을 샀다. 수많은 가게들을 보다가 요 며칠 느끼고 있는 역겨움이 배가되어서 참 힘들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열었던 다음 메일엔 가득한 스팸. 그러니까, 돈이 있어야만 인생을 사는 건 알겠는데, 그저 '돈을 쓸' 사람들만을 필요로 하는 체제, 그저 내가 '돈을 쓸' 사람 중에 단지 한 명일 뿐인 것은 역겹기가 그지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콕 박혀서 며칠 지냈으면 좋겠다. 책 읽고 노래 듣고 가만히 딴생각 하고. 음, 끄적거릴 공간을 위해 인터넷도 되면 조금 더 좋으려나. 사람들 바글바글한 것도 싫고, 나무 많은 데 가서 주저앉아 있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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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내 자신을 다른사람과 차별화시키는 여러 가지 요소 내지는 방법이 있다고 할 때, 대부분의 방법에 대한 '대책'이랄까 '해결책'은 그저 '돈'일 뿐인건가, 하는 생각. 내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던 간에, 취향을 나타내는 방법은 '소비행위'일 뿐인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노래를 들으려고 씨디를 사는 것도, 오랜만에 꺼내든 NDSL과 게임도, 책을 사는 것도, 옷을 어떻게 입고 화장을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도, 전시회를 보러 가고 음악을 들으러 가는 모든 것조차 결국은 소비행위더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나를 말해주는 것은 정말 카드 명세서 내지는 지갑에 가득한 영수증들 뿐인건가. 어디를 가도 지갑을 꺼내야 하고, 쇼핑몰에서 흘러나오는 '즐거운 쇼핑 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말이 화가 나고, 그저 그냥 화가 날 뿐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내가 넷북을 꺼내들고, 와이브로 모뎀을 꽂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조차 '돈'이 들어가는 행위다. 가끔 그런 거 전혀 상관 없이, 내가 얼마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고 (돈 많지도 않지만 ㅡ.ㅡ) 카드 한도액이 얼마이건 간에 그런 거 상관 없이, 소비행위와는 전혀 상관 없이, 그저 내 자신을 찾고 싶다. 끔찍하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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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현실은, 크림치즈 대용량을 살까 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계속 마음만 먹고 있는 조원선씨의 새 앨범과 폴이 작사하고 함께 불렀다는 노래가 든 정재형씨의 연주 앨범을 사야겠다 싶고, 여전히 닌텐도 위를 가지고 싶고, 새로 산 스커트에 입을 만한 팔랑팔랑한 블라우스를 좀 사 보는 건 어떨까 싶고, 오늘 결혼한 선배에게 축의금이 되었든 선물이 되었든 무언가 해야 할텐데 하며 통장 잔고를 한 번 들여다 보고, ...... 뭐 그렇다. 여전히 사고, 사고, 또 쓰고, 쓰고, 그러면서 나 자신도 닳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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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는 것 여전히 즐겁지만 요새는 조금 힘들다. 사람들이 좀 없는 곳으로 가야겠어. 그냥 친한 사람들을 만나도, 오늘 할머니 생신이라 오랜만에 만난 외가 친척들도. 그냥 표면으로는 웃고 만다. 마음 깊숙한 곳을 내보일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다. 대화가 겉돌다 말고 튕겨져 나가더라. 이런 기분이 들면 무척 비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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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에 아빠가 발목 수술을 하신다. 엄마는 병원에. 내가 얼마나 나쁜 딸인지, 얼마나 가족에게 무관심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다. 아빠 수술이 언제였고 입원이 언제였는지, 수술은 얼마나 걸리고 수술이 끝난 후 입원 기간이 얼마나 될지, 그런 것에 대해서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날 보고선.. 참. 아무튼 그래서 아빠는 오늘 입원을 하셨고, 내일 오전에 수술을 하시고. 수술은 세 시간 정도 걸린다 하는데 입원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가지 않는 대신 내일 수술하시면 가봐야지 싶은데, 막상 또 피아노 학원 못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못되어서다. 자러 자리에 누웠다가 언니가 은근슬쩍 꺼내는 얘기, 엄마가 언니보고 화요일에 월차 같은 거 낼 수 없냐고, 엄마는 학교 가셔야 하니 누군가 병원에서 아빠를 지켰으면 하고 언니에게 먼저 말을 꺼내신 모양인데. 언니가 다니는 회사는 그렇게 휴가를 낼 수 있는 직장이 아니어서. 그러고보니 좀 그렇더라고. 지난번에 사촌언니 웨딩 촬영 때, 들러리 할 사람이 없어보였는지 엄마가 나한테 일언 반구 상의도 없이 언니에게 현진이가 휴가 내서 (!) 들러리 서줄거라고 그러시곤 나한테 통보하시는 통에 엄청나게 화를 냈더니 ㅡ.ㅡ (휴가 그냥 쓰면 쓰는 거지만 그거 그렇게 쉽게 내는 거 아니고, 할 일도 있고 한데 그렇게 마구 가는 거 아니다, 일년에 쓸 수 있는 휴가가 몇 개나 된다고 하고 싶지 않은 사촌언니 웨딩 들러리를, '자발적인 척' 가야 된다는 거냐, 그 전날 엄청나게 술 마실 자리가 있었을뿐더러 당일 저녁에 약속 있는데, *$&@($!@)#Y 뭐 여튼 엄청나게 화를 냈더랬다.), 내겐 말 꺼낼 엄두를 못 내셨던 모양. (엄마도 무서워하시는 둘째딸내미 ㅡ.ㅡ). 그런 거 보면 마음 한 구석은 짠한데, 아무튼 아빠 일이고 하니 엄마 학교 다녀오시라고 하고 내가 있으면 좋겠..지만 하필이면 화요일엔 출장 가야한다능.. OTL. 아마도 언니도 내게, 내가 갈 걸 살짝은 기대를 하고 말을 꺼냈던 것이지 싶은데, .. 아아. 정말 미치겠다. 무심하다 못해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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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연구소, 알고보니 박사가 80%인듯. 오리지널 멤버 스무명 정도 중 석사는 단 둘 ㅡ.ㅡ이고, 한 분은 박사 학위과정을 시작하셨고 나머지 한 분은 다음 학기부터 시작하신단다. 하긴 조직이 조직이니 ㅡ.ㅡ ..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중앙 연구소 조직이니까) 한편으론 괜히 열폭. 박사 해야지. 공부 해야지. 그런데 이래 저래 심난하다. 예전엔 공부 잘하면 집에 돈 없는 것 정도는 극복 가능한 줄 알았는데, 회사 와서 보니 집안 좋은 사람들이 좋은 학교 나온 것 같다 ㅡ.ㅡ. 사람들이랑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화들짝 놀라는 일이 많아진다. 나랑은 좀 다른 사람들이었다 싶은 기분. 이런 거 가지고 열폭하는 거 무척 싫지만 좀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가장 어릴 때의 사진이 다섯 살 때였다고, 그 전의 사진은 없다고 얘기하면 아니 왜? 라고 묻고, 카메라가 없어서요 라고 말하면 아니 빌려서 찍으면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 구라라고는 하지만 마리 앙뚜와네뜨의 일화로 알려진 얘기가 생각나곤 한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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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언니 결혼식에선 또 결혼 얘기 나오기에 반쯤은 지겹다는 뉘앙스에 신경질을 섞어, 결혼 할 거에요, 할 건데 언제 할 건지 모르는 것일 뿐이니 좀 기다리시라고 얘기해버렸다. 그런 관심, 좋은 의도인거 알지만서도 좀 짜증이 나는 건 사실이다. 친척이 많다보니 수십명의 사람에게 똑같은 얘기 듣는 것 고역이란 말이다. 안그래도 난 그 얘기 나오는 순간 친척 모임에 가지 않겠다 라고 부모님께 선전포고를 했으나 먹힐 리도 없고 ㅡ.ㅡ (실은 그래놓고 진짜 설 때 친가 모임 안갔... ㅡ.ㅡ). 아니 내가 결혼을 언제 하고 아이를 언제 갖고 하는 것에 대해 뭐가 그리 관심이 많으신지, 지난번 저기 협력업체 영업부장님이 날 붙잡고 생물적으로 결혼을 일찍 해야 하고 아이를 일찍 낳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이고 어쩌고 하는 소리에, 정말 술 좀 먹어서 그나마 웃고 넘어간 것이 다행이지 전혀 술도 안 취한 상태에서 들었더라면 정말 버럭 했을 이야기들, 정말 짜증나서 죽을 것 같다. 제발 좀 관심 좀 꺼 주시면 안되겠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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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시간은 어떤 마력 같은 것이 있어서, 오늘 했던 얘기마냥. 밤의 전화 혹은 산책은 낮의 전화 혹은 산책과는 전혀 다른 아우라를 띤다. 살짝 두근거리는 밤산책. 가로등 불빛 아래의 철쭉, 소나무, 라일락 같은 것들. 또각또각 낮게 울리는 구두 소리. 살짝 기대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래 저래 그러지 못하는 마음. 스물 여덟, 그냥 사람을 무작정 만나기엔 부담스러운 나이. 그래도 그냥 가볍게 손 잡아 줄 사람이, 살짝 기대 있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이기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덧글
후유소요 2009/04/20 09:01 # 답글
사람에 지치는 순간은 언제가 되든 꼭 찾아오는 것 같아요...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미 만들어 놓은 관계의 모양 때문에 그 관계에서 벗어나는 속 깊은 이야기 같은 건 오히려 하기 어렵게 되고.. 그런 순간에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ㅅ;피아노님이 지금까지 익힌 것, 배운 것, 생각한 것, 쓴 것들이 전부 피아노님을 이루고 있잖아요..^^ 지금도 피아노를 배우시고 있고- 끊임없이 뭔가 배우고 있으면 절대 닳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기엔 너무 반짝반짝하신데요!
(저도 집에선 가만 있다가 화 버럭버럭 낼 때가 있어서..ㅎㅎㅎ;;; 저희집은 딸 하나밖에 없는데(아니 하나밖에 없어서?) 못된딸래미를 수십수백 번도 더 했어요 ㅜㅠ)
Piano 2009/04/20 23:53 #
.. ^^ 고마워요.
mix 2009/04/21 16:43 # 삭제 답글
그래서 결혼은 언제하는 거/쿠.....쿨럭
어떻게 보면 참 짜증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걸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써먹을 수도 있겠지.
뭐, 난 늘 외국인 소리를 듣잖아. 사실 난 그게 되게 싫었거든. 타인이 되는거. 집단 안에 속하지 못하는 거
근데 생각해보니까, 긍정적일 수도 있겠더라고. 누구말마따나 "절대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고
어딜가도 눈에 띄는; 얼굴이니까. 그걸 써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누가 뭐라고 해도, 넌 결혼을 잘할거고, 또, 사람들이 소위 "좋은 의도"로 그러는 것이니까.
(나야 애초에 그 좋은 의도;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넘어가자)
그 좋은 의도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이거지.
조금은 능구렁이같이 쿨럭.
사람에 따라서 "빨리 해야하는데 좋은 사람 소개좀 해달라", "그때 소개해준다 해놓고 왜 소식이 없냐",
"어떤 사람이랑 결혼을 하는 게 좋을 지 아직 잘 모르겠다" 등등등.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면서
갖가지 정보와 인맥을 더욱 형성할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니겠어?
뭐 그게 늘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만서도,
마음이라도, 아 능구렁이가 되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 겨
Piano 2009/04/21 23:00 #
뭐 나는 일단 생각이 없는데 사람들이 자꾸 그러니까 좀 승질이 난달까 ㅡ.ㅡ;; 결혼이야 언젠가는 하겠지 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