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by Piano

작년에 찍어두었던 양재천의 벚꽃사진. Olympus 35RC, 센시아 100


모든 사람이 찬탄해 마지않는 봄, 말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새싹이 움트며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는, 그 설레는 '봄'. 어릴 때엔 아무 것도 모른채, 어디선가에서 읽었던 문장들을 줄줄 읊어댔던 듯 싶다. 봄비가 오네, 싹이 트겠다. 화려한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등등. 언젠가부터는 내 눈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글' 혹은 '문장'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봄이란 '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계절이었다. 봄에 대한 찬탄, 일기예보와 뉴스에서 손꼽아 기다리는 꽃소식. 올해는 벚꽃이 언제 개화하겠습니다 하는 뉴스같은 것. 마치, 시장에서 호두와 땅콩이 등장하면 아 대보름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처럼, 꽃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며 아 봄인가? 하고 살았던 무심했던 나날들에 대한 생각. 

알고보면 참 무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나는 내 자신만 생각하기에도 바빴다. 꽃이 피고 새싹이 터도,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 2006년이었을까, '봄'이 그 자체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것도 작년에 찍어두었던 양재천의 버드나무가지. Olympus 35RC, 센시아 100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좋아라 꽃을 보러 다니곤 했다. 작은 꽃들을 워낙에 좋아해서, 잔디에 살짝 솟아오른 손톱만한 꽃들에 행복해했다. 정말 봄, 이구나. 사람들의 말이 헛말이 아니었구나, 정말 무엇인가 움트고 무엇인가 부끄럽고 무엇인가 새로웠다. 두꺼운 껍질을 뚫고 올라오는 그 연두빛의 설렘은, 연애의 두근거림만큼이나 콩닥거렸다. 

Contax G1, 28mm, Reala


하루 하루 눈에 뜨이게 달라지는 나무들의 색깔, 부끄럽게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내음, 잔디밭에서 움트는 보랏빛 제비꽃과 흰 달맞이꽃, 여전히 반가운 노란 민들레. 하루 하루가 매일 매일 축복이다.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노래할 만 한 것이었구나, 봄이란 이런 계절이었구나, 하는 것이 절절하게 와 닿는, 봄이다. 







이번 주말은 내내 꽃과 함께 보냈다. 토요일은 덕수궁, 오늘은 여의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 벚꽃은 화려했고, 사람들은 꽃에 취해 있었다. '벚꽃은 봄눈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이라는 가사를 내내 귀에 꽂고서, 넘치고 넘치는 사람들을 피해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봄의 사진들 역시, 나름 무척 기대하고 있다. 정말로 빌리게 된 T3에는 아직 센시아 몇 컷이 남아있고 G1에 넣어두었던 160VC는 한 롤을 다 찍었다. 늘 똑같은 풍경을 찍게 될까봐 살짝 노심초사한 기간이라 내 나름의 시선을 담아보려고 했는데 결과물이 어떨런지는 모르겠다. 한참동안이나 꺼내지 않았던 카메라를 매일 무겁다 투덜거리며 (!) 들고 다니게 되는 계절 역시 봄이다. 살짝 부끄럽고, 어머 야하다 싶고, 부끄럽다고 몸을 배배꼬면서 얼굴을 살짝 붉힐 것만 같은 계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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