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래 - 장필순, 햇빛 / 장기하, 정말 없었는지 / Eddie Higgins Trio, The Night has Thousand Eyes by Piano

1. 출근시간 : 장필순 6집, 햇빛


G1, Provia 100. 양재 시민의 숲. 피카사로 색조정 쫌 했음;


장필순씨 6집은 들으면 들을수록 감동이 몇 배가 되는 것 같다. 처음엔 그냥 편안하게 들었던 노래들이 그럴 물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이후,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가 커진다. 굉장히 섬세해서, 그 결을 느끼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다. 이런 앨범은 정말 씨디로 조용한 곳에서 들어야 하는데. 여유가 없는 게 아쉽다. 그래도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어제 듣던 장필순씨의 앨범, 오늘 아침에 아이팟을 여니 마지막곡의 순서.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선. 잠시 감동했다. 약간 뿌연 먼지들 덕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과 노래 사이의 싱크로가 절묘하다 못해 미칠 것 같았다. 노래 가사로는 원래, 약간 늦은 오후 네시쯤 창가에서 의자에 앉아 들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러니까, 너무 높지 않은 해의 반짝이는 황금빛 이 너무 잘 어울렸다. 정말 노래를 듣는 시간, 바쁜 걸음인데도, 기분은 살짝 눌러앉힌 먼지같은, 약간은 가벼운 느낌으로. 굉장히 행복했다. 마음에 노래가 가득한 아침이었다.




2. 오후 : 장기하 싱글, 정말 없었는지


G1, Centuria 400. 다리는 대체 왜 잘라먹은거냐 -_-
GMF 전야제날 공연 중. (앗. 공연 중 사진 찍은 건 죄송.)


실험을 할 때면 이때다 싶어 헤드폰 끼고 열심히 노랠 듣곤 하는데. 오늘은 무얼 들을까 고민하다 자세히 들어보자 싶어 장기하씨 싱글을 틀었다. 장기하씨 싱글, 나날이 품절인 그 앨범 말인데. 딱 세 곡 들어있다. 장안의 화제;인 '달이 차오른다, 가자' 는 이 앨범에 들어있지 않고. 또다른 화제이자 타이틀곡; 인 싸구려 커피는 들어있고. GMF 때 싸구려커피와 느리게걷자 까지는 들은 기억이 있는 곡이었는데, '정말 없었는지'는 들은 기억이 없...;.. (정말 없었는지? - 확인해보니 없었던 것 맞다)

전에 장기하씨는 약간 가볍고 대중적인 백현진씨 + 소설가 박민규씨 의 느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정말 없었는지 를 들으며 절감하게 됐다. 이 노래, 소설이다. 듣다가 울 뻔 했다. 그러니까, 정말로 없었던 게 아니었던 거다. 노력해서 기억에서 지워버렸지만,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사람. 밥을 차리다가, 자려고 누웠을 때, 아침에 일어나서. 그 부재가 커다랗게 느껴지는 그 사람. 정말 없었던 게 맞는지 물어도 대답은 없다. 해답이야 그 사람만 아는 거지. 정말로 환상;; 같은 것이라도 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너무 절실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린것인지. 왜 헤어졌는지, 그런 이유따윈 모른다. 다만. 그냥 조금은 아. 그랬으려나, 하고 짐작만 하게 될 뿐. 다시 한번만 더 보고 싶구나. 정말 다시 보고 싶었어.

기타도, 노래도. 정말 이런 노래. 단순한 편성으로 만들어내는 단순하지 않은 노래, 너무 좋다. 정말 너무 좋다.
실험하는 내내 무한반복시켜두었다. 왠지 마음이 울컥해서는, 나도 누군가 보고싶었다.
아니 그 누군가 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랬다. 보고싶었다. 갑자기 혼자인 게 이상해서, 어색해서.




3. 퇴근길 : Eddie Higgins Trio, The Night Has Thousand Eyes (Don't Smoke In Bed 앨범)



음 이 한정판 버전인지 LP 미니어처 버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가지고 있는 씨디.
포항 신나라에서 싸게 구입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까. 왜 이 앨범을 샀느냐 하면. 이 곡 때문이었다. The Night Has Thousand Eyes.
재즈를 듣기 시작할 무렵에 다음 재즈피아노 까페에 가입했는데. 그기서 추천해주었던 컴필이 MM Jazz 어쩌고 저쩌고, 씨디 두 장짜리 Time to time 앨범이었더랬다. 그 앨범 엄청 좋아하게 되어 열심히 들었는데. 그 중에 베스트 세 곡으로 꼽는 곡 중에 한 곡이 이거였다.

드럼이 빠진 트리오 편성인데도 리듬감이 아주 멋지다. 피아노와 기타와 베이스가 동그랗게 모여앉아 즐겁게 왁자지껄 수다떠는 느낌. 주거니받거니 와하하하 깔깔깔, 재치있고 즐거운 연주다. 이 곡만큼은 별 다섯개.


G1, Reala. 동네 길 언덕의 저녁.
피카사는 왜 어둡게는 보정이 안되는것이야! -_-;



그러니까 왜 오늘 뜬금없이 이 씨디를 듣기 시작했느냐 하면.
어제 밤의 네이트온 수다 덕분이었지 싶다.
아마 한 두어달쯤 전이었나, 좋아하는 곡 세 곡을 도토리를 사서 싸이에 깔아두었었다. 이 곡이랑, Brad Mehldau 의 Paranoid android (Live in Tokyo)랑, Oscar Peterson Trio의 L'Impossible. 그런데 어제, 작당모의 일당 중의 한 분이. 부끄럽(?!)게 고백하시는거다. 저 피아노님 미니홈피 매일 들어가요. 그래서 급 당황했는데.. ^^; 우연히 한 번 들어갔다가 BGM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괜히 뿌듯. :) 음원을 찾을 수가 없어서 매일 들어왔단다. 이런 귀여운 아가씨같으니 >_<

그러고보니 사다놓고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샌 듣는 노래마다 새삼스럽게 재발견하고 있는 중이기도 해서. 그래서 퇴근길 셔틀에서 듣기 시작했다. 사당역에 도착해서 셔틀에서 내려서는, 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호두과자 냄새의 유혹에 굴복. 갈색 스카프, 갈색 두툼한 니트 가디건, 파란색 가방. 왼손엔 호도과자 종이봉투를 들고, 오른손엔 호두과자 하나를 들고. 야금야금 조금씩 베어물며 집에 돌아가는 골목길. 식당들 많은 시끄러운 길을 지나 조용한 골목길에 들어서니까 이 앨범의 리듬감이 들썩들썩.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뒤꿈치를 살짝 살짝 들어주며 혼자서 흥얼흥얼 즐겁게 걸었다. 조금씩 베어무는 호두과자의 단 맛이 흥겨웠다. 좁은 골목길, 차가 지나갈 때 살짝 비켜주고. 다시 언덕길을 걸으며 랄라랄라. 입에 묻은 과자 가루 살짝 털어주고, 고개도 까딱까딱 팔을 흔들며. 예쁜 달만큼이나 오늘의 퇴근길도 즐거웠다. 이 앨범의 즐거운 수다 덕분에.




** 노래는 삭제하였습니다..

덧글

  • 아이 2008/11/05 01:32 # 답글

    아아 음악들이 너무 좋아요, 막 행복해요;-;
  • Piano 2008/11/05 01:48 #

    좋죠! ^^
    공감해주시는 분 있어서 좋아요 :)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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