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3일
비정규직에 대한 시선 - 프레시안 독자모임의 기사토론 첫 글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프레시안 독자 모임 까페를 시작하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운영진-_-의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데. 일단 까페 만들어놓고 글을 쓰려니 좀 뻘쭘하기도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시작은 해야겠고, 그러니까 게시판에 글은 하나라도 써놓고 사람들 오라고 하긴 해야겠고. 그런 생각에 글을 쓰긴 써야겠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하나 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문제였다. 독자모임이니까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긴 써야 할텐데... 하고 한참 고민하다 이 글을 썼다. (한시간 넘게 걸렸다능 -ㅅ-) ...... 열심히 쓰긴 했는데, 어떨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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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을 쓰긴 써야 할텐데, 어떤 기사에 대해 써야 할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최근의 정국이 워낙에 역동적이어주셔서-_- 프레시안도 그 쪽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촛불시위 기사에 대한 글로 독자모임의 기사토론 첫 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촛불시위, 저도 여러 번 참여했고 대단한 일이고 언젠가는 논평해야 할 일이겠지만, 아직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 워낙에 할 말이 많은 주제이기도 하고, 다른 이유보다 다른 언론에서 충분히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언론에 비해 프레시안이 그렇게 돋보이지 않는'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첫 글이라면, 아 이래서 프레시안이다! 라고 생각할만한 기사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그만두기를 여러번, 그러다 오늘 다시 프레시안을 열어놓고 기사를 쭈욱 읽어보다, 요 기사를 보고 이 기사에 대해 한 번 써봐야겠다 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끝내려고 시작합니다" - 이랜드, KTX 승무원 익숙한 '그 곳'에 다시 천막을 치다
기사를 읽으면서, 처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사의 마지막 사진, 보면서 코끝이 찡해옵니다.
홈에버 분들은 일년여, KTX 아가씨들은 2년도 넘은, 기륭전자 파견노동자 분들은 3년도 넘은 시간동안 그렇게 싸워오셨다는 거, 프레시안이 아니었다면 저는 잘 몰랐을 겁니다. 프레시안은 다른 언론이 시들해지고 그 사건들이 관심에서 벗어났을 때도 꾸준히 기사를 써 왔습니다. 제가 프레시안에 고마워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이지요.
이번 기사, 그러니까 저기 링크해 두었던 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시간을 850여일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가시는 길에 한 번 읽어봐주세요"라며 유미 씨가 건네는 홍보물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그들의 답은 무엇일까?
"몇 번을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해도 저희의 선택은 처음과 같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친 소를 먹일 수 없듯이 잘못된 고용형태 비정규직 또한 물려줄 수 없습니다."
홈에버의 계산대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가, 예쁜 유니폼 입고 KTX에서 공손하게 인사하던 아가씨가 처음부터 저런 의견은 아니었을 겁니다. 당장 딸내미 아들내미의 학원비에 혹은 백화점의 이쁜 구두에 관심이 쏠려 있었을 분들의 생각이 '자신'을 떠나 이 사회의 부조리함에 가 닿는 그 시간이, 그 시간동안 감내했어야 할 수많은 아픔이 안타깝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답시고 비정규직을 '해고'해버리는 악법이 벌써 1년이 되었고, 이번 7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것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그 마수 안에 걸려들 것 같다는 것이 더 마음아픕니다.
덕분에 비정규직 이란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반,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비정규직의 일은, 대체적으로 '누군가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특성을 지닙니다. 용역도 그렇죠. 극단적인 예로 건물 청소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너 없어도 사람은 많다, 누군가 데려와서 다 할 수 있는 일이니 현재의 조건에 만족하고 일을 계속 하든지 아니면 관둬라 라고 협박을 하게 된다는 거죠. 현재의 법은, 일정 기간 이상을 재직한 비정규직의 경우 무기한 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 '전환'을 피하기 위해 그 '일정 기간' 전에 비정규직들이 잘려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일이라도 계속 할 수 있었던 비정규직들이, 적은 월급이라도 그래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향을 볼 때, 비정규직 이라는 직업의 불안정성은 세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정된 일자리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격해집니다. 그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은 '학벌'이고, 좋은 '학벌'은 좋은 '사교육'에서 나오는 세상이 됐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 이제 정말 옛말이죠. 같은 일을 해도 반 가량의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들이 과연 '좋은' 사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를 떠나 지금의 비정규직 악법 하에서 과연 '사교육'이란 것을 시켜 줄 수 있는 여유가 과연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들을 생각할 때, 저 기사 속 유미씨가 건네는 유인물의 내용은 정말 절실하단 생각이 듭니다.
기륭전자 대표이사의 인터뷰에서 대표이사 분도 이야기합니다만,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 보고자 애쓰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비정규직/파견직 직원을 쓴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파견직으로 사람을 뽑아 놓으면 일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어집니다. 어차피 잘릴 거고 내가 이 일을 잘 한다고 해서 월급이 한 푼이라도 오르는 것도 아닌데 누가 신경을 쓰겠어요. 실제로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둔 저희 그룹 담당 경리직원도 일에 성의가 없다고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만, 그만두는 걸 보니 계약기간 끝났나보다,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산성 측면에서 비정규직과 파견직은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동자와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용자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할 곳은 바로 정부입니다. 최대한 많은 수의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곳이 정부 아닙니까. 그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답시고 '해고법'을 만들어놓고 자기들이 잘했다고 확장적용하겠다는 것이 참 꼴사납습니다. 기륭전자 분들도, KTX 아가씨들도, 홈에버 아주머니/아가씨들도, 코스콤 노동자 분들도, 각각의 개별적 케이스도 얼른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만,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필요한 시기 아닌가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 '끝내려고 시작했다'는 노조원들의 이야기들이 절실하게 들려오는 이유도 그때문인 듯 싶습니다.
-어제 (아니 그저께인가요?) 피디수첩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것도 참 인상깊더군요. 일본에서 파견직이 확대되면서 이름을 외우지 않고 '파견씨'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쫙 돋았더라죠. 회사에 다닌지 이제 1년 반, '일'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옆나라 일본도, 노동자가 '소모품'이 아닌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이 확보될때까지, 프레시안이 이 문제를 꾸준히 다루어주리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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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뉴스에 대해 쓰는 글은 '프레시안 독자모임' 까페에도 동시에 올릴 생각이다. 많은 분들이 까페에 와주셔서 프레시안에 대한 이야기도, 다른 여러 사건과 시국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직 썰렁하고 글도 나밖에 안올려서 ㅠ0ㅠ 슬프긴 하지만서도. 음, 꾸준히 쓰다보면 조금씩 사람들도 모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대책없는 긍정적인 생각-_-만 갖고 시작한다. 너무 목에 힘주지 말고 편안하게 가야지. 어휴, 적어도 프레시안에 폐는 끼치지 말아야 할텐데 -0- 같은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하다 ㅠ0ㅠ.
# by | 2008/07/03 03:09 | 시끌벅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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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꾸준한 건 잘 못한단다 ㅠ0ㅠ
여튼 고맙고맙 ^^
프레시안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뒤에서 열혈독자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